통합 대한한공 출범부터 삐그덕···마일리지·좌석배열 논란 [스페셜리포트]

2025-07-01 IDOPRESS

아시아나항공 통합에 나선 대한항공을 바라보는 시선이 따갑다. 대한항공이 제출한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 통합 방안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퇴짜를 맞는가 하면,좌석 ‘닭장’ 배열 논란마저 불거졌다. 대한항공 계열 저비용항공사(LCC) 진에어 안팎에서는 자사 항공기를 타지 말라는 기장 발언을 시작으로 관리 부실 의혹을 담은 내부 고발이 쏟아진다. 사정이 이렇자 아시아나항공 인수(약 1조5000억원)에 사후 통합(PMI)까지 최소 2조원 이상 쏟아붓게 될 대한한공이 비용 회수에 몰두하느라 합병 후 소비자 후생이 훼손될 수 있단 우려 섞인 시선이 팽배하다.

재계 일각에선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두 항공사 간 통합이 이재명정부 ‘공정경제’ 의지를 가늠할 첫 시험대라는 평가를 내놓는다.

대한항공-아시아나 ‘빅딜’은 문재인정부 시절 단행됐지만,통합에 따른 실질 효과와 소비자 편익 관리 의무는 이재명정부에 귀속된다. 공정위는 통합 대한항공이 탄생하는 내년 말까지 소비자 이익에 부합하는 통합안을 마련해 승인하겠단 목표다. 전문가들은 국적 항공사 간 통합으로 대한항공이 사실상 유일한 장거리 대형항공사(FSC·Full Service Carrier)가 돼 경쟁 환경 조성이 매우 어렵게 됐다고 지적한다. 여느 때보다 정부당국의 실효성 있는 제도적 개입이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다.

첫발부터 ‘삐그덕’

마일리지·좌석배열 논란

통합 대한항공 출범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시작부터 삐걱거리는 모습이다. 마일리지 통합안은 공정위로부터 퇴짜를 맞았고,중·장거리 노선 비행기는 ‘닭장 배열’ 논란으로 소비자 원성이 쏟아진다. 계열 LCC 진에어 관리 부실 논란도 덮쳤다. 대형 FSC 2개사가 합쳐지는데,자칫 LCC보다 못한 항공사가 될 것이란 불만이 속출한다.

가장 진통을 겪는 부분은 마일리지 통합이다. 마일리지는 크게 2가지다. 항공기 탑승 마일리지와 신용카드 이용 등으로 쌓은 제휴 마일리지다. 탑승 마일리지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가 정한 도시 간 비행 거리를 기준으로 적립된다. 항공사 간 적립 기준 차이가 적어 통합에 문제가 없다. 문제는 제휴 마일리지다. 대한항공은 신용카드 사용금액 1500원당 1마일,아시아나항공은 1000원당 1마일을 적립해준다. 기존 대한항공 마일리지 보유자는 아시아나항공 제휴 마일리지가 더 유리한 구조라고 지적하며 통합 시 차등 비율 전환을 주장한다.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 보유자는 1대1 전환을 바란다. 대한항공 소액 마일리지 사용처도 입길에 올랐다. 마일리지는 기한이 있다. 소비자는 항공권 구매 뒤 잔여 마일리지 등을 다른 방식으로 소진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항공사는 마일리지로 물건을 살 수 있는 ‘마일리지몰’을 둔다.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 보유자는 대한항공 마일리지몰이 부실하다고 성토한다.

대한항공 측은 고심 끝에 통합안을 공정위에 냈지만 바로 퇴짜를 맞았다. 공정위는 지난 6월 12일 마일리지 통합안을 제출받자마자 보완책을 요구했다. 공정위는 “마일리지 사용처가 기존 아시아나항공이 제공하던 것과 비교해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며 “마일리지 통합비율과 관련한 구체적인 설명 등에 있어 공정위가 심사를 개시하기에 다소 미흡한 부분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심사 기준이자 공정위 요구 사항인 소비자 신뢰·권익 보호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단 지적이다.

대한항공은 기내 좌석 ‘닭장 배열’ 추진으로도 소비자 공분을 샀다. 항공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B777-300ER 기종 11대 이코노미 좌석을 3-4-3 배열로 개조하는 계획을 추진한다. 그동안 국내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항공사는 3-3-3 배열을 유지했다. 티웨이항공 등 LCC만 3-4-3 배열을 탑재했다. 통합 이후 유일한 국적 대형항공사마저 3-4-3 배열로 개조가 이뤄지면 승객들은 비좁은 좌석에서 국제선 장거리 비행을 해야 한다.

소비자 불만이 들불처럼 확산하자 대한항공은 궁색한 해명을 내놨다. 대한항공은 “신규 좌석 개조는 현재 다각도로 효용성을 검토 중이며 아직 확정된 바는 없다”면서 “고객 편의 증대와 서비스 향상을 위해 프리미엄 이코노미 좌석 도입이나 전체 좌석 개편을 종합적으로 준비 중”이라고 해명했다.

모기업이 속 시끄러운 사이 산하 LCC 진에어는 안전 관리 부실 의혹에 휩싸였다. 기장부터 정비사까지 내부 직원이 연달아 안전 관리가 미흡하다며 폭로 글을 올리고 있다. 지난 6월 10일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자신을 진에어 소속 B737 기장이라고 밝힌 A씨는 ‘적어도 7·8월에는 진에어 타지 마세요’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A씨는 “성수기에 항공기 조종사가 부족해 7·8월에 운항이 중지될 수 있다”며 “연이은 퇴사로 기장,부기장 수가 부족해 남은 인원이 무리한 비행 스케줄을 수행 중”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6월 17일에는 정비사라고 밝힌 B씨 폭로가 터졌다. B씨는 블라인드에 ‘진에어 정비 이대로는 위험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 글에서 B씨는 “진에어 주재 정비사는 주로 혼자 근무하는데,항공기 결함 발생 시 혼자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한다”며 “진에어 취항 공항 중 일부 공항은 비행기 시간대가 겹쳐 들어온다. 혼자서 두 비행기를 중간중간 왔다갔다 하면서 점검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항공기가 이상 없이 들어왔다면 정말 다행이지만 결함 발생 시 대처가 정말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의혹 제기에 진에어 측은 “운행과 국내 정비 모두 국토교통부 권고 사항과 법적 사항을 준수해 운항 승무원을 채용하고 운항한다. 안전 운항에는 이상 없다. 해외 점검과 정비 역시 법적 시간이 있고 이 규정대로 하고 있다. 주재 정비사 1명 외 현지 조업사에서도 정비사 1명 정도를 지원받는다. 정비 시간을 준수할 수 있도록 스케줄을 짜고 있다”고 강조했다.

[배준희 기자 bae.junhee@mk.co.kr,반진욱 기자 ban.jinuk@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15 (2025.06.25~07.0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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