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생산성·투자 부족·원화 약세…한국 국민소득 성장판 닫혔다

2026-03-09 HaiPress

저성장·고환율에 한국 경제 ‘3만달러 트랩’ 허우적


대만,4년 만에 3만달러>4만달러…미국의 절반 수준


전문가들 “기술발전·노동유연화로 생산성 향상”

지난해 한국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4만달러 달성에 실패한 것으로 추산됐다. 12년째 ‘마의 4만달러’ 벽을 넘지 못하고 제자리걸음인 대목이다. 반면 반도체 경쟁국인 대만은 4년 만에 3만달러 늪에서 벗어나,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4만달러 고지를 밟았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대만은 7%대 고성장을 예고한 데 반해 한국은 2%대에 그칠 전망이다. 양국 간 소득 격차는 더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원화 약세와 고질적인 국내 투자 부족,낮은 노동생산성이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6일 매일경제가 재정경제부·한국은행 등 자료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 지난해 한국의 1인당 GNI는 3만6000달러 중반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3분기까지 명목 GNI는 2007조8000억원 수준이었다. 4분기 국내총생산(GDP) 등을 감안하면 1인당 GNI는 약 3만6600달러,1인당 GDP는 3만6100달러 수준으로 분석됐다.

국민소득 성장판이 닫히려는 주된 원인으로는 저성장과 원화 가치 하락이 꼽힌다. 지난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1%대에 머물렀는데,잠재성장률(1.8%)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직전 연말 계엄 사태에 따른 탄핵 정국 등 대내외 악재가 겹쳤다고 해도 경제 활력이 크게 떨어졌다는 방증이다.

정부 교체 이후 하반기 소비쿠폰 지급과 반도체 업황 개선으로 내수와 수출이 다소 회복됐다. 하지만 고환율이라는 복병을 만나 성장세를 확대하는 데 제동이 걸렸다. GNI와 GDP 산출의 기준이 되는 연평균 원·달러 환율은 2024년 1363원에서 지난해 1422원으로 상승했다. 한은 관계자는 “평균 환율이 4.3% 오른 것은 달러 환산 국민소득 감소에 상당한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이는 인공지능(AI) 붐을 타고 슈퍼사이클에 진입한 대만과 대조적이다.

이근 중앙대 석학교수는 “대만은 주력 산업인 반도체만 잘되면 경제성장률이 금방 상승하는 경제 규모지만,한국은 반도체 산업이 크다고 해도 일단 산업 다각화가 돼 있어 성장률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다만 1인당 GDP의 후퇴는 고환율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 해도,본질적으로 경제성장률이 작년 1% 정도밖에 안 됐다는 게 뼈아픈 것”이라고 진단했다.

경제 규모를 고려해도 대만 경제의 성장세는 괄목할 만하다. 대만 통계청에 따르면 대만의 지난해 실질 GDP 성장률은 8.68%에 달한다. 올해도 대만 정부는 성장률이 7.71%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2010년(10.25%) 이후 15년 만에 지난해 최고 성장률을 기록하며 대만 국민소득도 급증했다. 대만 정부는 대만의 1인당 GNI가 지난해 사상 처음 4만달러를 돌파해 4만585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대만의 1인당 국민소득은 2021년 3만달러를 처음 넘어선 뒤 불과 4년 만에 4만달러 벽을 돌파했다. 이는 세계적으로 비교해도 빠른 속도다. 미국은 국민소득이 3만달러에 진입한 뒤 4만달러를 넘어서는 데 7년이 걸렸고,독일은 12년이 걸렸다. 대만과 비슷한 속도를 보인 나라는 영국(2년),프랑스·일본(3년),이탈리아(4년) 등인데 이 가운데 일본은 5만달러를 넘어섰다가 점차 하락해 현재는 한국·대만보다 낮은 수준이다.

4만달러 돌파가 필요한 한국 경제에 대해 전문가들은 ‘신속함’과 ‘유연함’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이 교수는 “결국 잠재성장률을 높이자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생산성 자체를 높이기 위해선 기술 혁신밖에 답이 없는데,AI가 답이 될 수 있겠지만 단기적 결과를 내놓기는 어렵다”며 “정공법으로는 노동과 자본 투입의 효율성을 높여야 하는데 특히 노동 유연성이 필요하다. 연공서열을 손봐서 재취업·재교육이 쉬운 네덜란드 등 북유럽식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가 4만달러 시대로 진입하기 위해 ‘신속함’과 ‘유연함’이 절실하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결국 잠재성장률을 높이자는 것과 일맥상통하다”면서 “생산성 자체를 높이기 위해선 기술 혁신밖에 답이 없는데,AI가 답이 될 수 있겠지만 단기적 결과를 내놓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결국 정공법으로는 노동과 자본 투입의 효율성 높여야 하는데,특히 노동 유연성이 필요하다”며 “연공서열 중심의 임금 체계를 개편하고 재취업·재교육이 용이한 네덜란드식 유연안정성 모델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성장은 민간 부문에서 만들어내는데,최근엔 자본과 기술을 모두 갖춰야 승자가 될 수 있는 상황이다”며 “TSMC가 대만을 이끌고,이제 삼성전자가 있는 한국이 뒤따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국의 기술 혁신이 뒤처지는 것은 고등교육 투자 부족과 모험자본 형성 미비 때문”이라며 “자본과 기술,인재가 유기적으로 결합되지 못해 민간 주도 성장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철 한국경제연구원장 역시 한국의 생산성이 하락한 점을 지적했다. 그는 “기술 발전을 인력에 체화해 생산성을 증가시켜야 일자리가 창출되고 구조적 문제도 해결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원장은 “기술 발전과 인력 육성이 별개가 아니다. 총요소생산성,노동생산성이 높아지는 게 바람직한 방향이다”며 “혁신 창업도 기업가정신이랑 연결되는데,그런 게 잘 북돋아질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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