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태 기자의 책에 대한 책] "그는 나보다도 노벨상을 받을 수백 배의 자격이 있다"

2024-11-29 HaiPress

후배 작가가 극찬했던 '문학계의 구도자' 카잔차키스


작가들이 쓴 자서전은 작품의 심층적 이해를 돕는다. 그런데 대개 따분하다. '작가는 오직 작품으로 말한다'는 원칙을 위배해서다.


그런데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책 '영혼의 자서전'은 좀 다르다. 한 권의 자서전 전체가 심금을 울리는 명문장으로 그득하기 때문이다.


카잔차키스는 '20세기 문학의 구도자'로 불리는 작가다. 그 비유처럼 그는 그야말로 종교적인 인간이었다. 그러나 가톨릭,그리고 자신의 모국인 그리스의 정교회와도 심각하게 반목했다. 예수 그리스도의 삶을 비튼 작품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면서도 카잔차키스는 문학으로 종교적인 삶을 추구했다. 이 책엔 생전에 스스로 '피투성이 인간'이 되려 했던 한 노작가의 문학적 분투가 자세하다.


"인간의 아들이라고 불릴 자격이 있는 모든 인간은 십자가를 지고 그의 골고다를 오른다. 십자가의 처형이 두려워 그들은 마음이 약해지고,부활에로의 길이 십자가뿐임을 모른다. 다른 길은 없다."


그의 대표작은 '그리스인 조르바'로 기억된다. 하지만 가장 주목을 받았던 책은 '최후의 유혹'이었다. 성경에 그려진 예수의 삶을 비튼 이 소설로 그는 논란을 빚었다. 그러나 문학계의 사가(史家)들은 그의 성취를 단지 비(非)교리적인 결과물로만 보지 않는데,그 이유는 그가 소설로써 숭고한 붉은 발자국을 거닌 인간으로서의 예수를 '섬긴' 덕분이었다.



카잔차키스가 주목한 예수의 성취를 압축하는 말은 '오름'이다. 후대의 인간인 우리가 저 '오름'의 자세를 배워야 한다는 것. 고통 속에서도 자신만의 골고다 언덕을 오르기,그럼으로써 자신이 믿는 하나의 절대와 대면하기. 그게 카잔차키스가 말하는 오름의 정신이었다.


이 책의 서문에 기록된 카잔차키스의 세 가지 기도는 '오름'의 절대적인 공명을 우리에게 준다. 긴 문장을 축약해 옮겨 적으면 이렇다.


"나는 당신이 손에 쥔 활이올시다. 내가 썩지 않도록 나를 당기소서. 나를 너무 세게 당기지 마소서. 나는 부러질지도 모릅니다. 나를 힘껏 당겨주소서. 내가 부러진들 무슨 상관이겠나이까?"


부러짐의 고통을 두려워하면서도 부러지더라도 고통도 감내하겠다는 두 얼굴의 결심. 그 정신이 카잔차키스의 소설이었다.


말년의 카잔차키스는 프랑스 남부 소도시 앙티브에서 10여 년간 살았다. 이를 전후로 그는 수도원이 집결한 그리스의 산을 올랐고,구도의 정신으로 아시아를 떠돌았다. 그는 불교에도 정통했으니 말 그대로 경계 없는 인간이었다. 그래서 자유를 갈망했던 위대한 자로 남았다.


카잔차키스는 노벨문학상 후보에 두 차례 오른 바 있다. 소설 '이방인'과 '페스트'를 쓴 알베르 카뮈는 1957년 노벨문학상 직후 이렇게 말했다고 전해진다.


"카잔차키스는 나보다 수백 배 더 이 영예를 누릴 자격이 있다."


카잔차키스의 유작 '영혼의 자서전'을 읽어보면 카뮈의 저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만다.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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