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15 HaiPress
우리를 방정식에 넣는다면
조지 머서 지음,김소정 옮김
현암사 펴냄,2만3000원
"지각과 지각에 의존하는 것들은 기계적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철학자 라이프니츠(1646~1716)의 말은 인간의 마음을 물리적으로 분석할 수 없다는 입장을 대변한다. 데카르트(1596~1650)가 정신과 물질의 분리를 선언한 뒤 과학은 눈부신 발전을 이뤘지만 그것은 물질의 영역에 한정됐다. '분할한 뒤에 정복한다'는 전략을 철저히 따른 결과였다.
과학 저널리스트 조지 머서의 신간 '우리를 방정식에 넣는다면'은 인간의 마음을 물리학으로 분석하려는 현대 과학의 노력을 소개한다.
물리학자들이 인간의 마음을 연구하려 하는 것은 물질의 연구를 위해서도 인간 마음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물리 법칙을 연구하고 파악하는 것도 인간의 의식이기 때문에 인간 의식의 한계를 아는 것은 물리학 연구의 진전을 가져올 수 있다. 책은 칸트(1724~1804)가 "우리는 실재에 직접 다가갈 수 없다"며 인간 의식의 한계를 지적한 것을 소개하며 마음 연구의 필요성을 설명한다. 물리 법칙이 3인칭적인 것으로 생각돼왔지만 사실은 1인칭적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 등 서로 모순되는 물리학 이론이 존재하는 것도 인간의 의식을 파헤침으로써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한다.
마음 연구의 사례로 책은 통합 정보 이론과 예측 정보 이론을 제시한다. 두 이론은 모두 뇌를 특별한 유형의 신경망이라고 간주하며 생물학과 물리학에 기반한다.
통합 정보 이론은 모든 사물이 인과관계의 다발이라고 본다. 이 이론에 따르면 인간의 주관적 경험은 신경망을 이루는 뉴런들이 지금 무엇을 하고 다음에 무엇을 하는지에 의해 달라진다. 따라서 복잡다단한 신경망의 변화를 물리학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면 인간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예측 정보 이론은 인간의 뇌가 과거 경험에 근거해 앞일을 예측하고 그에 따라 실재를 구성한다고 간주한다. 인간은 세상을 있는 그대로가 아니라 기대하는 대로 인지하고 가끔 외면 세계와 예측이 불일치할 때는 뇌가 예측을 수정한다.
이 이론을 주도하는 칼 프리스턴 유니버시티칼리지 런던 교수는 조현병에 대한 흥미로운 견해를 제시한다.
조현병 환자가 환각에 시달리는 것은 그들의 뇌가 감각을 거부할 정도로 예측에 강하게 매달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누구나 감각에 속을 때가 종종 있지만 조현병 환자의 뇌는 그것을 교정하는 데 실패한다는 설명이다.
토머스 쿤(1922~1996)이 밝혔듯 완전무결해 보이는 과학 이론에도 혁명은 일어나고 패러다임이 바뀐다. 책은 현대과학의 패러다임을 인간의 마음이 바꿀 것이라고 예측한다. "우리의 마음은 세상을 이해하도록 진화해왔다. 그러려면 세상은 이해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세상의 일부다."
[김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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