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적이고 보편적인 것은 나쁜 것일까? 메를로의 역설 [전형민의 와인프릭]

2024-11-11 HaiPress

“난 메를로는 절대 안 마셔!(I am not drinking any Fu**ing Merlot!)”

영화 사이드웨이(Sideway) 속 주인공,마일스는 피노누아(PInot Noir) 와인의 신봉자였습니다. 대사마다 피노누아를 찬양하고 다른 품종들을 까내렸죠. 마일스는 유독 메를로를 향한 강한 거부감을 노골적으로 표현하기도 했는데요. 위 대사는 그가 추구하는 독특하고 섬세한 취향을 강조하면서,흔하고 대중적으로 여겨지는 메를로를 멀리하는 태도를 드러내는 장면으로 꼽힙니다. 흥미롭게도 이 작품의 인기 때문에 당시 메를로의 인기는 잠시 감소하고,피노 누아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기도 했습니다.

마일스가 메를로를 이렇게까지 혐오하는 이유는,그가 메를로를 ‘대중적이고 평범한 와인’으로 여겼기 때문입니다. 마일스는 보다 복잡하고 미묘한 맛을 가진 피노누아에 심취해 있는데요. 피노누아는 그의 내면 깊은 곳에서 자신을 특별하고 독창적으로 여기고자 하는 욕망을 드러내는 일종의 모티프로 작용합니다. 반면 메를로는 피노누아와 정반대의 개념입니다. 대중적인 통속성을 상징해 마일스가 자신의 인생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현실적이고 보편적인 고충을 나타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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