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09 HaiPress
블랙리스트 사이트 ‘감사한 의사’
응급실 근무 의사·군의관 명단 공개
복지부 “범죄행위” 강력 비판
9일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에서 구급대원이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의사들의 실명을 악의적으로 공개한 블랙리스트가 등장했다. 정부는 이 같은 블랙리스트는 ‘용납할 수 없는 범죄행위’라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9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최근 의사들이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아카이브(정보 기록소) 형태의 한 사이트에 ‘응급실 부역’이라는 코너가 만들어졌고 여기에 응급실을 운영 중인 각 병원의 근무인원이 일부 근무자 명단과 함께 공개됐다. ‘감사한 의사 명단’이라는 제목의 해당 사이트는 운영자가 제보를 통해 의료현장에 있는 의사들에 대한 정보를 확보해 매주 업데이트한다. 최근에는 응급실 근무 의사 명단이 올라온 상태다.
명단에는 ‘000 선생님 감사합니다. 불법파업을 중단하고 환자 곁을 지키시기로 결심한 것 감사합니다’ 등의 방식으로 근무 의사의 실명이 공개돼 있다. 이외에도 “복지부 피셜 ‘응급실 의사가 부족한데도 응급의료는 정상가동 중’ 이를 가능하게 큰 도움주신 일급 520만원 근로자분들의 진료정보입니다” 등의 표현도 적혀 있다.
비슷한 형식으로 응급실에 파견돼 근무하고 있는 군의관으로 추정되는 의사들의 실명도 공개됐다. 파견된 군의관이나 공중보건의(공보의)들의 명단이 파견을 지원하거나,연장을 희망한 사례를 중심으로 자세하게 써 있다. “당직 서며 응급실 정상화를 위해 노력 중”,“x번 연장” 등이다.
보건복지부는 이 사이트에 응급실 근무 의사,파견 군의관·공보의 등의 신상정보가 공개된 사실을 경찰에 통보하고 수사를 요청한다는 방침이다. 정윤순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해당 사이트는 이미 경찰에 수사 의뢰를 했던 곳”이라며 “최근 업데이트된 부분에 문제될 부분이 있어 경찰에 전달했다”고 전했다.
정 실장은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의사의 실명을 악의적으로 공개하는 사이트가 진료현장에서 근무하는 의사들의 사기와 근로의욕을 꺾고 있다”면서 “환자의 생명을 지키는 의사들을 위축시키는 용납할 수 없는 범죄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일부 군의관의 경우 신상공개 등으로 대인기피증까지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월 전공의들의 이탈 이후 의료현장을 지키고 있는 의사들의 리스트가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블랙리스트는 전공의뿐 아니라 복귀를 독려하는 의대 교수,전임의 등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블랙리스트에 오른 의사들에 대해서는 ‘불륜이 의심된다’,‘싸이코 성향’ 등 악의적인 표현이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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