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비둘기 구분 적절치 않아”…한은 총재후보, 금리에 ‘신중’

2026-04-01 HaiPress

신현송 한은 총재 후보 첫 출근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31일 서울 중구 한화금융플라자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면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한주형기자]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달러 유동성이 충분하기 때문에 현재 환율에 대해 크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31일 강조했다. 또 일각에서 ‘실용적 매파(통화긴축 선호)’라고 언급한 것에 대해 매파·비둘기파 같은 이분법적 구분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도 밝혔다.

신 후보자는 이날 서울 세종대로 한화금융플라자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면서 최근 환율 상황에 관한 질문을 받고 “현재 달러 유동성 부분이 양호한 만큼 예전처럼 환율과 금융 불안을 직결시킬 필요는 지금 없는 것 같다”며 “현재 환율 레벨(수준)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일단 환율이 어느 정도 리스크(위험)를 수용할 수 있는지 보는 만큼 그런 면에서 큰 우려는 없다”고 진단했다.

신 후보자는 한국 경제가 당면한 위험 요소로 중동 사태와 유가 상승을 꼽았다. 이른바 ‘전쟁 추가경정예산’에 대해서도 “중동 상황으로 (경제에) 어려움이 가중되는 만큼 정책적으로 완화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기준금리 등 통화정책 방향과 관련해서는 “중동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고 얼마나 지속될지 불확실한 만큼 좀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후보자 본인을 매파로 분류하는 시장의 평가에는 “매파냐 비둘기파냐 이렇게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중요한 것은 경제 전체의 흐름을 잘 읽고 시스템 차원에서 금융 구조와 실물경제가 어떻게 호응하는 과정이 일어나는지,어떤 효과를 가지는지를 충분히 파악한 다음 상황에 따라서 유연하게 대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미국에서 환매 중단 사태 등이 벌어지면서 금융 리스크 우려가 커지고 있는 해외 사모대출 시장과 관련해서는 “사모대출 시장 규모는 2조달러에 못 미치는 수준으로 은행 등 다른 부문에 비해 작다”면서 “전체 시스템에서 차지하는 비중 등으로 봤을 때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현 이창용 한은 총재에 대해선 “지난 4년간 한은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준 이 총재께 존경과 감사의 뜻을 표한다”면서 “이 총재가 이룬 업적도 아주 많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 총재가 도입한 6개월 금리 점도표 공개 방식을 계속 이어갈 것이냐는 질문엔 “후보자 입장으로서 답하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 “시장과의 소통이야말로 통화정책이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파급 경로고,이를 어떻게 설계하고 운영하는지는 중요한 문제”라고만 말했다. 그는 한은 총재 후보로 지명되기 전이나 그 이후에 이재명 대통령과 따로 만난 적이 있냐는 질문엔 “뵙지 못했다”고 답했다.

경제학 전문가들은 신 후보자의 첫 출근 일성에 대해 환율 부문에 있어서는 좀 더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정식 한국인문사회총연합회 이사장(연세대 명예교수)은 “오늘 발언은 현재 환율 수준은 크게 우려하지 않고,금리 정책은 조금 두고 보자는 의미로 해석된다”며 “차기 총재 후보자로서 시장 안정감을 위해 환율 수준은 걱정하지 않는다고 했지만,신 후보자 논문을 근거해서 보면 환율 상승은 자본 유출을 이끄는데 이걸 어떻게 관리해야 하느냐로 치열한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이사장은 “금리 또한 바로 조정할 수는 없지만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한국도 올려야 하는 상황으로 가게 될 것”이라며 “물가 영향을 감안해도 지금의 가장 중요한 변수는 환율”이라고 덧붙였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도 “지금은 환율 문제가 가장 큰 숙제”라며 “아침 출근길 발언에서 신 후보자가 달러 유동성에 문제가 없다고 했는데 사실 유동성이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 국민들은 큰 관심이 없다”며 “‘환율이 안정됐으면 좋겠다’라는 게 국민들의 관심사인데,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 그냥 기다리면 되는 것인지를 좀 더 명쾌하게 표현을 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있다”고 평가했다.

차기 한은 총재의 덕목에 대해 김 이사장은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서 차기 총재 후보자가 됐는데 한은이 쓸 수 있는 정책 수단은 금리 정책밖에 없기에 총재 역할에 상당히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일단 통화량,그다음으로 환율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차기 총재의 가장 핵심적인 과제”라고 조언했다. 우 교수는 “한은 본연의 임무에 집중할 때”라며 “환율·금리·물가 등이 모두 관리가 필요한 대상인데,그동안 에너지가 조금 많이 분산된 느낌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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