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아트에서 음악까지…거장 숨결 가득한 경기도 미술관

2026-03-05 HaiPress

경기관광공사,3월 가볼만한 ‘현대미술관 6곳’ 선정

유난히 추웠던 겨울이 어느덧 물러가고 이제는 사람들의 옷차림도 제법 가벼워졌다. 봄의 정취가 느껴지는 지금은 일상의 감각을 깨우는 현대미술에 몰입하기 좋다. 경기도에는 유독 미술관이 많다. ‘2025 전국 문화기반시설 총람’에 의하면,우리나라 전체 미술관 290개 중 59개(20.3%)가 경기도에 소재한다. 서울은 43개에 불과하다.

경기관광공사(사장 조원용)는 이 가운데 이번 봄에 꼭 가봐야할 ‘경기도의 현대미술관 6곳’을 선정했다. 경기도의 여러 미술관에서는 거장의 건축과 조각,회화와 시대를 앞서간 예술가들의 도전적인 행보까지 다양하게 만날 수 있다. 최근 전시는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 뿐만 아니라 관람방식까지 달라지고 있다. 단순히 작품을 보는데서 그치지 않고 관람객이 직접 참여하고 소통하는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예술가들이 한시대를 온몸으로 살아내며 담아낸 작품 속 이야기를 새롭게 만나보자.

20년 세월 응축된 ‘안산 경기도미술관’

안산 경기도미술관. [경기관광공사] 경기도미술관(안산시 단원구 동산로268)은 안산시민의 정원,화랑유원지 정중앙에 자리했다. 제2주차장에서 미술관을 바라보면 거대한 반투명 유리벽과 경사진 지붕을 떠받치는 파이프가 배의 돛대와 같다. 화랑호수에 닻을 내리고 정박한지 20년. 경사진 녹화 지붕은 얕은 구릉과 이어지고 자연채광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천창시스템을 갖춰 물과 빛,자연과 예술이 공존하는 열린 문화공간이 됐다.

미술관 안으로 들어서면 1층 로비 프로젝트갤러리 벽면을 가득 채운 대형 회화작품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상남 작가의 ‘풍경의 알고리듬’이다. 하얀 배경 위에 삶을 상징하는 원과 죽음을 의미하는 직선이 교차하며 무수한 이야기와 현대사회의 풍경을 담아낸다. 대한민국 5만 어린이의 꿈과 330명의 자원봉사자의 마음이 모여 완성된 어린이 벽화 ‘5만의 창,미래의 벽’도 대표 작품 중 하나다.

경기도미술관은 올해 개관 20주년을 맞아 <흐르고 쌓이는> 특별전을 연다. 미술관 소장품 126점을 통해 지난 20년을 되돌아보며 예술과 삶의 의미를 사유하는 전시다. 봄봄봄 프로젝트 <폼폼폼>을 시작으로 관객 체험형 전시 <지모마커넥트> 등 총 5개 전시를 순차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공공재로 남은 백남준 세계 ‘용인 백남준아트센터’

용인 백남준아트센터. [경기관광공사] 올해는 비디오 아트의 선구자 백남준 서거 20주기다. 백남준아트센터(용인시 기흥구 백남준로 10)는 이를 기념해 그의 예술을 ‘공유 가능한 유산’으로 재정의하고자 한다. 특정세대나 전문가 영역에 머물지 않고 누구나에게 닿을 수 있는 공공재로서 작가가 남긴 예술의 가치를 되짚어보자는 취지다.

백남준아트센터의 외관은 여러 겹의 거울로 이뤄졌다. 1959년 백남준이 ‘존 케이지에게 바침’이라는 제목의 퍼포먼스에서 피아노를 부순 것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1층은 대표작 ‘TV정원’과 제1전시실,2층은 제2전시실과 작가 백남준의 뉴욕 작업실을 재현한 메모라빌리아가 있다. 3월19일부터는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현대미술관과 공동기획한 <불연속의 접점들> 전시가 열리며 개막공연도 펼쳐진다.

미술관 홈페이지에는 수천점 이상의 비디오 아카이브가 올려져 있어 언제든 백남준의 세계로 입장가능하다. 백남준아트센터에서 경기도어린이박물관과 경기도박물관을 잇는 쾌적한 산책로를 따라 여유롭게 봄날을 즐길 수 있다.

음악과 미술이 있는 ‘과천 K&L뮤지엄’

과천 K&L뮤지엄. [경기관광공사] K&L뮤지엄(과천시 뒷골2로 19)은 우면산,관악산,청계산으로 둘러싸인 뒷골에 자리하고 있다. 도시의 흔적은 살짝 비켜내고 사유와 음악을 가득 채운 미술관이다. 지상 3층,지하 1층 규모의 미술관은 올해 개관 3주년을 맞았다. 24명의 국내외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이는 <K&L 뮤지엄 소장품 전>이 4월 12일까지 마련된다.

K&L의 미술 컬렉션 바탕에는 음악이 자리한다. 전시장 벽면에는 바그너의 오페라 ‘발퀴레’가 흐른다. 관람객은 음악과 함께 작품을 감상하며 시각과 청각이 겹쳐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설립자인 김성민 대표는 작가의 영감이 ‘음악’에서 비롯된다고 믿었다. 공간은 조용하지만 감각은 오히려 선명해진다.

2025년 새롭게 문을 연 자매 공간 K&L 라이브러리도 함께 가보면 좋다. 살바도르 달리,파블로 피카소,호안 미로,프란시스코 고야 등 19~20세기 스페인 거장들의 판화를 집중 조명하는 전시를 선보인다.

순수 시선 속의 세상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경기관광공사] 좋은 글은 군더더기가 없다. 한국 근현대사를 대표하는 서양화가 장욱진은 산과 나무,새와 달 등 대상을 단순하게 간추려 화폭에 담았다. 어린아이의 시선처럼 맑고 담백해 보이지만 오히려 덜어낸 자리에서 더 깊은 울림이 전해진다.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양주시 장흥면 권율로 193)은 일영봉,형제봉,수리봉으로 둘러싸인 장흥계곡에 위치한다. 매표소를 지나 드넓은 조각 공원은 미술관과 연결된 야외 갤러리 같다. 석현천 위로 아치형 구름다리를 건너 만나는 미술관은 호랑이가 산속에서 편안히 쉬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장욱진 화가의 걸작 ‘호작도’에서 모티프를 얻었다.

1층은 중정과 여러 개의 방으로 연결된 구조이며 2층은 다락방처럼 아늑한 분위기다. 장 화가의 덕소 작업실 부엌에 그려진 벽화를 떼어내 전시된 작품 ‘식탁’과 ‘동물가족’은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길 건너편 양주시립민복진미술관도 추가요금 없이 함께 관람할 수 있다.

건축·전시 어우러진 ‘파주 미메시스아트뮤지엄’

파주 미메시스아트뮤지엄. [경기관광공사] 미메시스아트뮤지엄(경기 파주시 문발로 253)은 건축 그 자체로 작품이다. 전시를 보고 나오면 마치 2개의 전시를 관람한 것 같다. 미메시스아트뮤지엄을 설계한 이는 세계적인 건축가 알바루 시자(Alvaro Siza). 그는 ‘모더니즘 건축의 마지막 거장’으로 평가받으며 고양이를 스케치하던 선에서 영감을 얻어 형태를 구상했다. 건물은 단단한 콘크리트를 부드러운 곡선으로 표현해 시간별,계절별로 변화하는 빛의 특성을 경험할 수 있다. 바깥에선 두 개의 거대한 회백색 콘크리트 덩어리가 날개처럼 양쪽으로 펼쳐져 있어 마치 책장을 넘기는 듯한 역동성이 느껴진다.

미메시스는 2005년 출판사 열린책들이 설립한 예술전문 브랜드. 1층 북카페에 앉아 풍경을 바라보기만 해도 좋지만 미메시스의 얼굴,날개,캔버스,전망대,중심으로 불리는 총 5곳의 포토스폿에서 특별한 기념사진을 남겨도 좋다. 다섯 곳의 포토스폿에서는 건축의 특징을 더욱 선명하게 느낄 수 있다. 3층에서는 건물 두 날개의 중심부가 한눈에 들어온다. 곡면과 직각,예각의 구조가 겹쳐진 기하학적 장면이 감동적이다.

3월 22일까지 열리는 기획전 <Drama드라마>는 서동욱,서상익,윤미류 세 작가의 작품을 통해 회화 속 인물이 어떻게 감정과 관계를 만들어내는가에 대한 탐구로부터 출발한다. 건축과 전시가 함께 어우러지는 자리에서 공간과 작품을 동시에 경험한다.

한국 바르비종의 중심 ‘양평 양평군립미술관’

양평군립미술관. [경기관광공사] 양평군립미술관(경기도 양평군 양평읍 문화복지길 2)은 2025년말 기준 160만명 이상의 누적 관람객을 기록했다. 지난 15년 동안 문턱을 낮추고 최고의 전시,교육,문화 기획을 실천한 결과다. 말 그대로 양평을 찾는 관광객에게 ‘가볼만한 곳’으로 이름났고 지역민에겐 문화를 소통하는 커뮤니티 역할을 자처한다. 양평은 전국에서 인구 대비 예술인이 가장 많이 거주해 한국의 ‘바르비종’으로 불린다. 파리 근교의 예술가 마을 바르비종처럼 지역예술가들이 소통하고 호흡하고 있다는 의미다. 양평미술관은 그 중심에서 지역예술가들을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미술관은 총 600평의 규모로 전시실과 교육실,어린이 체험 공간,도서실,수장고를 갖췄다. 야외의 빗물을 상징한 조형물은 일본의 모노파의 거장 세키네 노부오(關根神夫)가 설계했고 양평의 돌을 쌓아 만들었다. 주목할 전시는 3월 14일부터 5월 10일까지 양평군립미술관 전국미술대학 유망작가 전 <무엇이 보이는가>. 서울,경기,인천지역 대학의 59명 작가가 120점의 작품을 출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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