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태 기자의 책에 대한 책] "내 마음은 팔풍(八風)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2026-01-16 HaiPress

노벨상 수상에도 자신을 지켰던 중국의 모옌

모옌은 찬사와 비판이 교차하는 작가다. 우선 그는 중국사를 혹독하게 비판한 소설로 지금의 위치에 올랐다. 그에게 역사는 혁명이나 이데올로기의 문제가 아니었다. 체제라는 미궁에 갇혀 굶주리고,피 흘리고,악취를 풍겼던 '개인'의 문제였다. 모옌은 살과 뼈와 내장에 새겨진 인간의 고통을 문학화했고,이는 2012년 노벨상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그를 향한 비판도 명백했다. 그의 소설이 겨냥한 폭력의 대상은 '지금,여기'의 현재가 아니라 이미 화석화된 사건이란 점 때문이다. 권력의 심장에 칼을 정확히 박아 넣는 대신,상대적으로 안전한 중간지대를 노렸다는 게 모옌 비판의 골자다. 물론 반론도 있다. 검열이 일상인 중국의 글쓰기 현실에서 '우회'하지 않으면 펜조차 잡을 수 없으므로,노골적 비판이 저항의 유일한 방식일 수 없다는 옹호론도 있다.


모옌의 책 '강풍에도 쓰러지지 않는다'는 2024년 출간된 산문집으로 그의 사상이 집약돼 있다. 정수리가 시원하게 벗겨진 캐리커처 표지를 넘기면 미소와 비명이 공존한다. 다음 문장에 먼저 눈길이 간다.


"만 권의 책을 읽고 만 리의 길을 가리라."


어린 모옌은,본인의 표현대로,고향 들판에서 소와 양을 치던 '촌놈'이었다. 장난꾸러기였지만 비상한 기억력을 가졌던 소년은 맷돌을 두 시간 돌리면 책을 읽게 해주는 맷돌방에서 책에 파묻혔다. 이어 옆 마을의 책 전권을,또 다른 마을 책을 모조리 구해 읽었다. 그리고 한 10년쯤 읽지 않았다. 주변 동네에 있는 책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책인 줄 알았기 때문이었다.


모옌은 독서를 "작가와의 대화이자 연애"라고 기술한다. 스탠퍼드대 강연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서로 잘 통하면 평생의 반려자가 될 수 있지만,말이 통하지 않으면 헤어져 각자의 길을 가게 된다."


그래서인지 모옌은 세상 독자들과 '연인'이 되길 원했고,민중의 희로애락에 집중했다. "공감하지 못한다면 힘의 원천을 잃게 된다. 그런 상태로는 시대의 본질을 깊이 있게 반영한 작품을 쓰기 어렵다." 그러면서도 모옌은 힘주어 쓴다. "난 촌놈의 본색을 지켜왔다."


노벨상 수상 직후 모옌이 지인에게 남긴 말은 유독 가슴에 와닿는다. 호명 직후 중국은 들썩였지만 비판자도 적지 않았다. 그때 그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내 마음은 거대한 바위 같아서 팔풍(八風)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팔풍이란 불교철학 용어로 뜻대로 일이 이뤄지는 이(利),사랑하는 것이나 안락한 환경을 잃는 쇠(衰),남이 뒤에서 헐뜯는 훼(毁),남이 뒤에서 칭찬하는 예(譽),눈앞에서 치켜세우는 칭(稱),비웃음과 조롱을 받는 기(譏),정신적·육체적 고통을 뜻하는 고(苦),즐거움을 뜻하는 락(樂)을 말한다.


그저 세상의 고통받는 자들에게 손을 내밀기,그리고 악수하기. 그 결과 모옌은 '붉은 수수밭' '열세 걸음' '개구리' 등 걸작을 쏟아냈다.


[김유태 기자]


AI 추천 질문Beta

Powered by

perplexity

모옌 문학이 중국 검열 현실에 미친 영향은?

모옌 독서관이 작가 창작에 주는 의미는?

검색

면책 조항 :이 기사는 다른 매체에서 재생산되었으므로 재 인쇄의 목적은 더 많은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지,이 웹 사이트가 그 견해에 동의하고 그 진위에 책임이 있으며 법적 책임을지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이 사이트의 모든 자료는 인터넷을 통해 수집되며, 공유의 목적은 모든 사람의 학습과 참고를위한 것이며, 저작권 또는 지적 재산권 침해가있는 경우 메시지를 남겨주십시오.

©저작권2009-2020 강원도상업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