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16 HaiPress
한국뇌연구원 “뇌 기억신호 ‘표류’가 원인”
단기기억 오류의 뇌 회로 메커니즘 최초 규명

단기기억오류 현상에 대한 키워드로 제미나이가 생성한 이미지 [생성형 AI 활용] 방금 본 것도 금방 잊어버리는 ‘단기기억 오류’는 정보가 처음부터 잘못 입력된 탓일까,아니면 시간이 지나며 변질되는 것일까.
국내 연구진이 오랜 질문에 대한 해답의 실마리를 찾아냈다. 단기기억을 할 때 뇌 속 신경신호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흐트러져 결국 오류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규명한 것이다.
한국뇌연구원(KBRI)은 감각·운동시스템 연구그룹 라종철 박사 연구팀이 단기기억 오류를 일으키는 핵심적인 뇌 회로 메커니즘을 밝혀냈다고 16일 밝혔다.
연구팀은 생쥐가 시각 정보를 잠시 기억했다가 올바른 방향을 찾아가는 ‘지연일치 행동과제’를 설계하고,살아있는 생쥐의 뇌를 실시간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이광자 칼슘 영상법(2-Photon Imaging)’을 통해 후두정피질(PPC)의 신경세포 활동을 관찰했다. 후두정피질은 감각 정보를 통합해 기억을 유지하는 데 관여하는 뇌의 고차원 영역이다.
그 결과 놀라운 현상이 발견됐다. 기억이 유지되는 동안 뇌 신경세포의 신호가 정답이 아닌 ‘다른 선택지’ 쪽으로 점차 이동하는 ‘신호 표류(drift)’ 현상이 관찰된 것이다. 기억 신호가 엉뚱한 곳으로 표류하면서 결국 생쥐는 잘못된 선택,즉 ‘기억 오류’를 범하게 됐다.
이는 기억이 처음에 정확히 입력되었더라도 유지되는 과정에서 뇌 신호가 불안정하게 흔들리며 변질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연구팀은 다양한 신경군집분석 방법을 통해 이러한 신호의 표류가 행동 오류와 직접적으로 연결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교신저자인 라종철 책임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왜 자꾸 깜빡할까?’라는 일상적인 질문에 대해 ‘기억이 제대로 입력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뇌 신호가 흐트러질 수 있다’는 명확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단순히 기억의 원리를 밝히는 데 그치지 않는다. 조현병이나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처럼 단기기억 손상이 주요 증상으로 나타나는 신경정신질환의 발병 원리를 이해하고,조기 진단 기술을 개발하는 데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는 게 연구진의 기대다.
라 박사는 “뇌-기계 인터페이스(BCI)와 같이 뇌 신호를 정밀하게 해석하고 제어하는 첨단 기술 발전에도 이 연구가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연구의 의의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적인 생물학 분야 국제학술지 ‘플로스 바이올로지(PLoS Biology)’ 최신호에 게재됐다. 연구에는 한국뇌연구원 최준호 선임연구원과 배성원 연수연구원이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한국뇌연구원 기관고유사업과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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