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06 HaiPress
노벨상 시상 앞둔 스톡홀름
10일 콘서트홀서 메달 수여
거리 곳곳 들뜬 분위기 가득
"시상식 관람은 꿈같은 기회"
인근 노벨상박물관도 '북적'
기념품숍 중앙엔 한강 소설
6일 소장품 기증에도 주목
스웨덴 스톡홀름 쿵스가탄 거리에 위치한 콘서트홀. 1926년 준공됐으며 매년 12월 10일(현지시간) 노벨상 시상식이 열리는 역사적인 장소다. 스톡홀름 김유태 기자
스웨덴 스톡홀름 쿵스가탄 41~43 거리에 위치한 콘서트홀은 인류의 정신이 도도히 흐르는 장소다. 스웨덴에선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인 12월 10일(현지시간)을 전후해 일주일간 '노벨 주간(Nobel Week)'이 개최되는데,이곳 콘서트홀에서 '노벨 메달'을 수여하기 때문이다. 한국인 최초,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는 한강이 메달을 받을 장소이기도 하다.
4일 방문한 이곳에서는 영하 4도의 북유럽 한기가 무색하게도 노벨 주간의 들뜬 열기가 감지됐다. 쿵스가탄 거리에서 만난 토마스 펄손 씨는 "스톡홀름 시민들에게 큰 자부심을 느끼게 하는 상징적인 거리"라며 "10일 저 안(콘서트홀)에 한번 들어가보는 게 소원인 친구도 있다"며 웃었다.
스웨덴 시민들은 매년 스웨덴 국영방송인 STV와 유튜브로 생중계되는 시상식을 가족들이 모여 챙겨 볼 정도로 '노벨상을 운영하는 나라의 시민'으로서 자존감이 높다.
이날 콘서트홀은 정면 대리석 기둥 10개 사이로 족자 형태의 짙은 파란색 깃발 3개가 웅장하게 걸린 상태였다. 7m가 넘어 보이는 노벨상 황금빛 메달을 프린트한 천이 정중앙에 놓였고,그 양옆 천엔 알파벳 'THE NOBEL PRIZE'가 선명했다.
노벨상 박물관 로비에 전시된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의 안내판.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둘러싼 열기는 콘서트홀에서 도보로 15분 거리에 있는 '노벨상 박물관'에서도 감지됐다. 콘서트홀에서 남쪽 방향 노르브로다리 옆 스웨덴 왕궁을 거치면 나오는 노벨상 박물관은 노벨상의 또 다른 상징이다. 노벨 주간인 만큼 박물관 앞엔 플리마켓이 열렸고,그 옆으로 색색의 비니를 머리에 쓴 유치원생 단체관람객부터 70·80대 노년층까지 박물관에 입장 중이었다.
박물관 직원 안니카 씨는 "12월에 스톡홀름을 찾는 해외 관광객들의 목적은 대부분 같다. 노벨 주간을 눈앞에서 보고 싶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자를 보며 "한국에서 왔느냐"고 물은 그는 "그만큼 한강 소설가의 흔적을 벌써부터 이곳에서 확인하려는 여행객이 많다"고 말했다.
입구에 들어서면 반갑고도 익숙한 얼굴이 모든 방문객을 맞이한다. 한강 소설가의 '노벨 캐리커처'다. 노벨상 공식 초상화가인 니클라스 엘메헤드 작가가 금박을 입혀 그린 한강 캐리커처가 올해 다른 부문 수상자들과 나란히 걸려 있다.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취약성을 드러내는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는 2024년 한강 노벨상 선정 사유도 함께 보인다.
입구 바로 왼쪽의 기념품 가게에서도 한강의 '소년이 온다'와 '흰' 스웨덴어판,'희랍어 시간'과 '채식주의자' 영문판 등이 이미 책 매대 정중앙 상단을 차지했다. 스톡홀름 서점가에선 '채식주의자'가 문학 부문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를 정도로 인기다. '소년이 온다'는 3위,'작별하지 않는다'는 6위,'흰'은 7위에 올라 한강의 인기를 짐작케 한다.
기념품 가게의 '노벨상 굿즈'를 유심히 보면 '여성'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18인의 얼굴을 조합한 카드가 눈에 띈다. 역대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121인 가운데 14.9%인 여성 수상자 얼굴만 모은 카드다. 토니 모리슨,헤르타 뮐러,네이딘 고디머,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앨리스 먼로,펄 벅,도리스 레싱 등이 새겨진 카드엔 한강의 얼굴이 무려 '정중앙'에 있었다.
한강 소설가는 6일 오전 자신의 소장품을 이곳 노벨상 박물관에 기증한다. 기증식은 비공개지만 기증식이 끝나면 대중과 언론에 공개된다.
박물관을 나오다 보면 알프레드 노벨의 얼굴이 새겨진 대형 노벨 메달 앞에서 셀카를 찍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하지만 세계 최고 권위의 메달보다도 박물관 한쪽 어두운 구석에 있는 알프레드 노벨의 석고상 한 점이 오히려 잔잔한 감동을 준다. 알프레드 노벨은 다이너마이트를 개발해 '죽음의 상인'으로 불렸지만 그는 부귀를 누리지도 않은 채 '인류의 평화'를 갈망하다 죽었기 때문이다.
그의 석고상 옆엔 한 장의 종이 사본이 전시되고 있다. 1895년 11월 27일 알프레드 노벨이 최종 서명한 유언장이다. 이 종이는 훗날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유언장'으로 남게 됐다.
유언장의 '노벨문학상' 부문엔 이렇게 적혀 있다. "Den person som inom litteraturen har producerat det utmarktaste i idealisk riktning(문학 분야에서 가장 뛰어난 이상주의적 경향의 작품을 창작한 사람에게 노벨문학상을 수여한다는 뜻의 스웨덴어)."
[스톡홀름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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