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한 신곡 내려왔다 …'봐봐요 봐봐요' 들어봐요

2024-11-17 HaiPress

'범 내려온다' 대박낸 이날치


4년만에 2집 수록곡 발표


'수궁가' 각색한 1집과 달리


새롭게 창조한 세계관 펼쳐


편한 것 아닌 어려운 길 추구


"낯선 것 좇는 게 이날치 색깔"

정규 2집의 수록곡들을 발표한 밴드 이날치. 하이크

'즐기는 자가 사고를 친다'는 말은 예술에서 자주 실현되는 명제다. 예술가들이 모여 자유롭게 즐기며 작업을 할 때 세상을 놀라게 하는 성취가 일어나곤 한다. 2020년 '범 내려온다' 등 판소리의 형식을 입한 곡들로 세계를 강타한 뒤 최근 2집 활동을 시작한 얼터너티브 팝 밴드 이날치가 그렇다.


"더 재미있고 발랄한 판타지 같은 세계를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적확하지만 이상하고 생소한 가사,세계관의 낯선 포인트들에 집중하시면 음악을 더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습니다."


13일 서울 연희동 사무실에서 매일경제와 만난 이날치 멤버들(장영규,안이호,전효정,노디,이용진,최수인)이 1집 '수궁가' 이후 4년 만에 공개한 2집 수록곡들에 대해 설명했다. 이날치는 지난 5일 싱글 앨범 '낮은 신과 잡종들'을 발표하며 정규 2집에 실릴 곡 '봐봐요 봐봐요'와 '발밑을 조심해'를 공개했다. 이날치는 매달 싱글 앨범을 발표해 2집에 실릴 노래를 1~2곡씩 선보일 예정이다.


판소리 '수궁가'를 모티브로 한 1집과 달리 완전히 다른 세계관을 새롭게 만들었다. 2집에 참여한 김연재 극작가는 전쟁과 폭력에 맞서는 모험,사라진 우주에 관한 이야기를 썼다. 주인공 더미와 자루는 정복 전쟁을 벌이는 왕과 장군에게 빼앗긴 잡종들의 이름을 되찾기 위해 모험을 떠나고,늘 허기에 시달리는 잡율포적사,세상의 선함을 지탱하는 서른여섯 명의 정직한 인간 등을 만난다.


이날치의 음악감독이자 베이시스트 장영규는 "이날치 음악의 중심에는 판소리가 있고 판소리에서 제일 중요한 요소는 이야기"라며 "다만 ('심청가' '흥부가' 등 판소리의 다섯 마당을 차용하는) 누구나 할 수 있고 편안한 방법을 피하기로 처음부터 (멤버들과) 이야기했고,새로운 세계관을 노래에 넣었다"고 밝혔다.


'봐봐요 봐봐요'는 공전의 1집 히트곡 '범 내려온다'처럼 반복적 후렴구가 중독성을 불러일으킨다. 소리꾼 안이호,최수인의 소리(唱)가 흩어졌다 겹치며 입체적 사운드를 만들고 '자웅 자웅' '친친' '낀낀' 등 정체불명의 음성상징어가 신비한 말맛을 자아낸다. 어두운 단조로 출발하는 '발밑을 조심해'는 랩을 방불케 하는 소리(唱)의 빠른 전개가 귀를 사로잡는다. 베이스 2대가 만드는 리듬이 고속도로처럼 깔리고 사슴,고래,순록,얼룩말 등의 동물을 주문처럼 호명하는 가사가 2집의 마술적 세계관을 호기롭게 펼친다.


흥겹게 춤출 수 있는 판소리 댄스 음악을 추구하는 이날치는 2집에서도 장영규 감독이 베이스와 드럼으로 리듬을 만든 뒤 그 위에 창(唱)을 얹는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했다. 소리꾼 멤버 안이호,최수인은 김연재 작가가 쓴 가사를 적절히 다듬어 곡의 리듬에 덧붙였다.


안이호는 "저희는 장 감독님이 만든 패턴에 소리(唱)를 붙일 때 너무 잘 어울리는 짝은 피한다"며 "뻔한 조합을 피하면서 약간 불편하더라도 이상하고 흥미로운 것들로 곡을 짜고 있고 그것이 저희의 색깔"이라고 말했다.


판소리의 형식을 가져와 세상에 없던 독특한 음악을 하는 이날치의 정체성은 무엇일까. 이날치는 스스로를 대중음악 아티스트라고 설명한다. 세 명의 소리꾼 멤버가 있고,서사성과 창법 등 판소리적 요소가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세간에서 말하는 국악의 대중화나 세계화,현대화 같은 명제들과는 관련이 없다는 설명이다.


안이호는 "대중화,현대화라는 말은 아티스트의 음악에 대해 어떤 것도 말해주지 않는다"며 "판소리를 기반으로 음악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물론 좋겠지만 우리는 우리가 재미있는 음악,대중과 나누고 싶은 음악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효정은 "국악의 대중화를 생각하면서 작업을 한 적은 한 번도 없다"며 "음악이 좋으면 많은 사람이 듣는 거고 그것이 대중화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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