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28 HaiPress
'킹키부츠' 롤라 역할 따라한
개그맨 이창호 부캐 '쥐롤라'
유튜브 조회 770만뷰 넘어서
원작까지 매진 행렬 이어가
이,배우처럼 레슨받고 노래
제작PD "뮤지컬시장에 기여"
'쥐롤라' 이창호(가운데)와 엔젤들이 '랜드 오브 롤라' 패러디 영상을 촬영한 후 기념 사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창호
"무엇을 상상하든지 난 그 이상이지,내가 보여줄 테니 입 다물고 감상해봐~."
빨간 하이힐에 빨간 드레스를 입고 드래그 퀸 분장을 한 '쥐롤라'가 뮤지컬 '킹키부츠'의 대표 넘버 '랜드 오브 롤라'를 불렀다. 폭발적인 성량에 힘찬 동작까지 진짜 뮤지컬 배우인지 긴가민가하지만 왠지 모르게 자꾸 웃음이 난다.
코미디언 이창호의 부캐인 쥐롤라가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이창호가 동료 코미디언 곽범과 함께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빵송국'의 '뮤지컬스타' 코너에 게재한 이 영상이 770만뷰를 기록 중이다. 쥐를 닮은 이창호가 뮤지컬 '킹키부츠'의 '롤라'라는 캐릭터를 패러디해 쥐롤라란 애칭을 얻었다. 그의 폭발적인 인기에 10주년을 맞은 뮤지컬 '킹키부츠'가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 서울·전국 공연에서 전석 매진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서울 마포구의 한 사무실에서 '뮤지컬스타'의 한아람 PD와 쥐롤라 이창호를 만났다. 이들이 이야기하는 쥐롤라의 인기 비결은 의외로 즉흥성이다.
음악 콘텐츠 마케터였던 한아람 PD는 우연히 쥐롤라를 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여러 뮤지컬을 검토하는 와중에 중독적인 '랜드 오브 롤라'를 먼저 곽범 씨에게 권유했으나 결국 이창호 씨가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창호는 "원래 롤라는 키 크고 덩치가 좋아야 해 주변에서 말리길래 오히려 쥐롤라가 하고 싶어졌다"고 말했다.
'랜드 오브 롤라' 패러디 영상도 현장의 즉흥성을 최대한 살렸다. 한 PD는 "두 번에 걸쳐 찍었는데 첫 번째는 이창호 씨가 뮤지컬 배우를 그대로 따라한 것이었고 두 번째는 하고 싶은 대로 한 것인데,만장일치로 두 번째 테이크를 쓰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뮤지컬스타'가 가장 신경 쓰는 것은 뮤지컬에 민폐 끼치지 않기. 한 PD는 "뮤지컬을 패러디할 때 뮤지컬을 희화화하거나 뮤지컬에 민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가장 신경 쓴다"며 "뮤지컬은 진지한 장르이기 때문에 뮤지컬 패러디 역시 진지하게 진심을 다해 만든다"고 말했다. 이창호는 "저희가 뮤지컬 배우처럼 웃지 않고 진지하게 노래하지만 어쩔 수 없는 실제 뮤지컬과의 간극 때문에 코미디가 된다"고 말했다.
이창호는 실제 뮤지컬 배우처럼 살고 있다. 그는 "일주일에 두세 번 노래 레슨을 받고 연습한다"며 "담배도 끊고 술도 자제하고 있다. 집에 가습기가 두 대 있고 항상 아침에 배도라지즙을 마시며 목을 푼다"고 말했다.
'뮤지컬스타'가 즉흥성을 살릴 수 있는 것은 광고나 협찬으로부터 자유롭기 때문이다. 한 PD는 "뮤지컬 제작사나 관련 회사로부터 어떠한 금전적 지원을 받은 적이 없고,앞으로 받을 계획이 없다"며 "'쥐롤라' 흥행 이후 뮤지컬 관련 광고 문의가 많이 들어오지만,'뮤지컬스타'의 콘텐츠가 홍보물로 전락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모두 거절하고 있다"고 말했다.
'뮤지컬스타'가 패러디할 넘버를 정하고 나면 뮤지컬 제작사에 패러디해도 되냐고 묻는데 거의 항상 반응은 긍정적이다. 뮤지컬 제작사가 허락해줘도 저작권 문제로 유튜브 영상의 수익은 거의 없다. 뮤지컬 제작사로부터 공연용 MR파일을 받기도 하지만,그 밖에 장소·의상·보조출연 모두 '뮤지컬스타'가 부담한다.
'뮤지컬스타'는 현재 시즌5으로 2021년부터 꾸준히 해 온 콘텐츠다. 한 PD는 "이창호와 곽범의 '매드몬스터'가 아이돌을 소재로 한 음악 콘텐츠였고,이어 '뮤지컬스타'는 뮤지컬을 소재로 한 것"이라며 "2021년 코로나19 영향으로 뮤지컬 등 공연 업계가 많이 힘들었을 때 집에서 볼 수 있는 공연을 열어보자는 생각으로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이창호가 다음에 도전해보고 싶은 역할은 뮤지컬 '알라딘'의 지니다. '알라딘'은 다음달 22일에 한국 초연을 앞두고 있다. 이창호는 "주변에서 쥐롤라 덕분에 뮤지컬이 더 많은 사랑을 받게 됐다고 말씀해주는데 사실 저희도 뮤지컬 업계와 함께 상승 흐름을 탄 것"이라며 "뮤지컬 패러디 영상은 누구나 즐기고,웃을 수 있어서 계속 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윤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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